직업병이 하나 있습니다. 남의 회사 채용 공고를 읽습니다.
보도자료는 회사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반면 채용 공고는 실제로 하려는 일에 가깝습니다. 사람을 뽑는다는 건 예산이 배정됐고, 자리가 만들어졌고, 누군가 그 일을 책임지기로 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스트랄 AI의 M&A Tech Engineer 공고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인수합병 담당자에게 머신러닝과 LLM을 이해하고, 파이썬 코드를 읽고, 후보 회사의 코드베이스와 아키텍처를 검토하라고 요구합니다. 제품뿐 아니라 기술 인력과 조직 구조까지 평가하고, 무엇을 인수할지 기준도 직접 만들게 합니다.
보통 기술 실사는 시장성과 재무를 본 뒤 마지막에 붙습니다. 이 공고는 순서를 바꿉니다. 코드와 팀을 먼저 읽고, 그다음 사업적 의미를 판단합니다. 무엇을 사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후보로 올릴지부터 기술자가 관여하는 셈입니다.
저는 몇 년간 AI를 직접 만드는 자리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만드는 일과 판단하는 일 사이를 오갑니다. 그 자리에 앉고 나서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만들어본 것과 판단하는 것 사이의 거리가 생각보다 짧다는 사실입니다.
만들어본 사람은 데모를 볼 때 다른 것을 봅니다. 왜 저렇게 동작하는지, 어디가 어려웠을지, 지금 보여주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가 보입니다. 화면에 나온 기능보다 그 뒤에 감춰진 선택을 읽습니다. 이 차이는 딜을 잘 마무리하는 단계보다 무엇을 볼 것인지 정하는 단계에서 먼저 나타납니다.
모델과 제품, 인프라와 팀은 돈을 주고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사야 하는지 판단하는 눈은 단번에 사 오기 어렵습니다. 그 눈은 직접 만들어본 시간 속에서 자랍니다.
그래서 채용 공고를 읽고 나면 한 가지가 궁금해집니다. 기술 판단과 사업 판단을 한 사람 안에서 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조직에는 몇 명 있는가. 그리고 그 사람은 지금 어느 자리에 앉아 있는가.